잠을 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에 신문지 등을 덮어놓는 경우나 스스로 본인
이 덮고 자면 노인들은 큰일이나 난 듯이 야단을 치신다. 이는 잠을 자는
동안에(꿈을 꾸는 동안에) 영혼이 나갔다가 혹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
을 것을 우려하는 민속적 신앙을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. 꿈을 통해 생과
사의 영혼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산삼 캐는 사람들은 더더욱 "꿈은
사람의 영혼이다."라고 믿고 있다.
죽은 사람들이 생시 때와 같이 나타나거나, 산 사람의 경우에도 영혼이 밖
으로 빠져나와 활동하는 경우의 꿈이야기들이다. 앞에서 나온 조상님이나
죽은 사람이 현몽하여 일러주는 꿈이야기의 경우도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
으나, 여기서는 영령들의 행위와 관계되는 꿈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.
< 꿈에 친구에게 나타나다 >
최수성(崔壽城)의 호는 원정(猿亭)인데, 어려서부터 세속 밖에 뜻이 있어
19세에 속세를 피하여 멀리 돌아다니며 유명한 산수(山水)를 두루 관광(觀
光)하였다. 그의 시는 표연히 속세를 떠난 듯한 느낌을 주고, 또 서화(書
畵)에도 뛰어나 참으로 절세(絶世)의 기재(奇才)였다.
중년에 친척의 모함에 빠져 무고한 죄로 벌을 받았다. 평소에 함께 놀던
이연형(李連亨)이 발[簾]로 공의 시체를 염습하여 빈 골짜기에 임시로 장사
지냈다. 밤에 그 옆을 지키고 있었는데, 꿈에 원정이 와서 절구 한 수를 읊
기를,
"이 무덤을 뉘라서 찾아오리, 처량한 원숭이 소리나 친하련다. 발에 싸여
골짜기에 온 뒤로는 멀리 주검 덮어 준 그 사람을 생각하노라.(玄室誰相訪
淸猿獨可親 自從簾谷後 遙憶盖骸人)"하였다.-----병진진사록, 기묘록 보유
하권(대동야승 제 10권)<끝>
